방영 당시에는 재밌게 봤는데 몇 년 지나면 내용이 가물가물한 드라마가 있고, 몇 년이 지나도 가슴에 콕 박혀 잊을 수 없는 어떤 장면, 어떤 연기, 어떤 대사가 있는 드라마가 있지 않은가.
그리고 드라마를 보다 보면 한 번쯤 그런 생각이 들지 않는가.
결말도 모르고, 범인도 모르고, 앞으로의 전개가 궁금해서 다음 주를 손꼽아 기다리던 때.
이 드라마를 처음 봤던 그때의 감동을, 그 첫 느낌을 그대로 고스란히 다시 한 번 느껴보고 싶다고.
최신작도 아니고 요즘 알고리즘에 계속 뜨는 드라마도 아니다.
오히려 이걸 아직 안 본 눈이 과연 있을까 싶을 정도로 이미 볼 사람은 다 봤을 명작들.
그래도 드라마 추천글을 쓴다면 단연 첫 번째로 들어가야 할, 나의 인생 드라마들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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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숲
작감배. 작가, 감독, 배우.
보통 드라마 보면서 셋 중 둘 정도만 제대로 터져도 성공했다고 생각하는데, 〈비밀의 숲〉은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게 완벽했다.
드덕에게 이 드라마가 소중한 이유, 그 첫 번째.
이 드라마에는 시청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한 설명충의 대사가 없다.
인물들의 자연스러운 대화와 행동을 통해 어떤 사람인지 스스로 파악하게 한다. 배우들은 대사 한 줄보다 표정 하나로 더 많은 걸 보여주고, 디테일한 연기가 극중 인물들에게 현실감을 더한다.
그래서 보다 보면 모두가 다 의심스러워진다.
처음엔
“이 사람이 범인이겠네.”
조금 지나면
“아닌가?”
또 몇 화 지나면
“잠깐만, 그럼 얘인가?”
모두를 의심하게 만드는 촘촘하게 짜인 스토리와 연출이 몰입감을 더한다.
보면 볼수록 연기와 연출의 디테일에 감탄하게 되고, 곱씹어보고 뜯어보게 되는 드라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드라마가 가진 또 하나의 강점.
럽라가 없다.
어거지로 관계를 만들며 굳이 극의 흐름을 방해하지도 않는다.
그냥 범인을 잡는 수사극이라기보다는, 드덕에게는 희생과 믿음으로 정의를 바로잡는 히어로물에 가깝다고 할 수 있겠다.
그리고 내 머릿속에서 〈비밀의 숲〉 시즌2는 지웠다.
의리로 봤다고 해야지.
개인적으로 시즌2보다는 **〈좋거나 나쁜 동재〉**를 더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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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그널
한동안 생각날 때마다 다시 틀어놓을 정도로 푹 빠져 있었고, 시즌2를 오래 기다렸던 드라마다.
이제는 예전처럼 마음 편히 복습할 수 없다는 게 너무 속상하지만, 그래도 내 인생 드라마를 말할 때 〈시그널〉을 뺄 수는 없으니까.
처음 볼 때는 사건이 어떻게 풀리는지 궁금해서 달리게 된다면, 두 번째부터는 이미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고 있으니까 오히려 인물들이 하는 말 하나하나가 더 아프게 들어온다.
기다린 사람.
포기하지 않은 사람.
어떻게든 과거를 바꿔보려는 사람.
“그래도 과거는 바뀔 수 있습니다.”
이 드라마를 끝까지 보고 나면 그 말이 처음 들었을 때와 전혀 다르게 들린다.
이 드라마에 대한 리뷰는 너무 속상하고 마음 아파서 여기까지만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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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부시게
이건 아무 정보 없이 봐야 그 진가를 느낄 수 있는 반전 드라마.
초반에는 가볍게 볼 수 있는 드라마인 줄 알았다.
약간은 뻔하기도 한.
공감도 하고 위로도 주고받는.
웃기다가 슬프고, 슬프다가 또 따뜻한 드라마.
그러다가 어느 순간 분위기가 조금씩 달라진다.
반전의 반전을 알게 되는 순간부터 완전히 다른 이야기가 시작되고, 마지막까지 보고 나면 그 깊은 여운에서 빠져나오기가 힘들다.
앞에서 아무렇지 않게 지나쳤던 장면들이 자꾸 다시 생각난다.
아, 그래서 그랬구나.
감동시키려고 억지로 잡아끄는 느낌도 아니다. 그냥 보고 있다가 어느 순간 마음 한가운데를 건드린다.
“후회만 가득한 과거와 불안하기만 한 미래 때문에 지금을 망치지 마세요.
오늘을 살아가세요.
눈이 부시게.
당신은 그럴 자격이 있습니다.
누군가의 엄마였고 누이였고 딸이었고 그리고 나였을 그대들에게.”
너무 많이 울어서 여러 번 재탕하기가 겁날 정도로 슬프고도 따뜻한 드라마.
처음 볼 때와 마지막에 떠올릴 때, 제목의 느낌이 완전히 달라지는 드라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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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아씨들
〈작은 아씨들〉을 보기 시작했을 때 제일 먼저 들었던 생각.
오랜만에 제대로 만든 드라마 하나 나왔다.
영상미가 미쳤다.
색감도 공간도 소품도 다 좋고, 드라마 전체를 감싸고 있는 미스터리한 분위기도 정말 좋았다.
그리고 이 드라마는 여성 캐릭터 보는 재미가 엄청나다.
특히 오인주.
약간 백치미도 있고 푼수기도 있고, 돈 앞에서 솔직하게 흔들리기도 하는데 그게 이상하게 너무 사랑스럽다.
완벽하게 똑똑하고 빈틈없는 주인공이 아니라서 오히려 더 좋았다.
그리고 오인주라는 캐릭터의 매력을 김고은이 정말 잘 살렸다.
특히 동생 때문에 빡친 언니 연기는 현실감 100%.
그리고 원상아.
엄지원의 사이코 연기가 정점을 찍었다.
처음에는 우아한 재벌가 여자 정도로 보이다가 조금씩 다른 얼굴이 나오는데, 후반으로 갈수록 화면에 등장하는 것만으로 긴장된다.
세 자매뿐 아니라 원상아, 화영 언니, 고모, 고 실장까지.
이 드라마에는 기억에 남는 여성 캐릭터가 정말 많다.
그래서 〈작은 아씨들〉이 더 좋았다.
진부하지 않아서.
누구 하나 비슷하지 않고, 전부 자기 욕망과 자기 방식이 있다.
거기에 돈, 계급, 가족, 욕망, 난초, 700억.
이 이상한 것들이 미스터리하게 전부 섞여 있는데 이야기는 또 흥미진진하게 흘러간다.
아직 안 봤다면 주말 하나 비우는 걸 추천한다.
한 편만 보고 끄기는 쉽지 않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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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딱 하나만 고르라면?
곤란하다.
좋아하는 이유가 전부 다르기 때문에.
머리 쓰면서 미친 듯이 몰입하고 싶으면 〈비밀의 숲〉.
장르물에 제대로 빠지고 싶다면 〈시그널〉.
깊은 여운을 남기고 오래 생각나는 드라마를 찾는다면 〈눈이 부시게〉.
영상미도 캐릭터도 놓치기 싫다면 〈작은 아씨들〉.
그리고 네 편 모두 안 봤다면?
너무 부럽다!!!
안 본 눈 삽니다. 진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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