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솔의 여행노트 – 리조트 밖의 리비에라 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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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하게 관리된 휴양지 대신, 조금은 거칠고 살아 있는 멕시코를 다녀왔다.

리비에라 마야는 한 도시가 아니다.

칸쿤 공항에서 남쪽으로 이어지는 해안선 그리고 그 사이사이에 흩어진 마을들이다.

Cancun에서 시작해 Puerto Morelos, Playa del Carmen을 지나 Tulum까지 내려가는 길. 같은 바다를 공유하지만 분위기는 조금씩 다르다.

이번 여행은 리조트 안이 아니라, 그 바깥의 멕시코였다.

툴룸 시내에서 묵는다는 것 🏨

많은 사람들이 멕시코 여행이라고 하면 칸쿤이나 로스카보스르 먼저 떠올린다. 올인클루시브 리조트, 맑은 바다, 관리된 휴양지의 이미지. 그런데 툴룸은 의외로 잘 모른다. 이름은 들어봤어도, 어떤 분위기의 도시인지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툴룸은 칸쿤에서 남쪽으로 차로 두시간정도 내려가야 만나는 도시다. 리비에라 마야 해안선 위에 있고, 바다와 정글, 세노테와 마야 유적지가 가까이 붙어있다. 리조트 안에서 완결되는 여행이 아니라 바깥으로 움직이게 만드는 곳이다.

우리는 바닷가 호텔존이 아닌 시내 쪽 부티크 호텔은 선택했다. 아이와 함께라면 이동 동선이 단순한 게 중요했고, 도시의 리듬을 직접 느껴보고 싶었다.

툴룸 시내는 매끄럽지 않다. 비가 오면 중간중간 있는 비포장 도로에는 물이 고이고, 관광 수요는 빠르게 늘었지만 아직 인프라는 따라가는 중인 느낌이다.

비가 오면 흙탕물이 고이는 비포장 도로.

커피 한 잔 4달러를 받는 세련된 카페.

같은 블록 안에 다른 경제가 공존한다.

상수도 문제는 실제로 존재했다. 양치를 하는데 물에서 짠맛이 느껴져, 생수로 양치를 해야했다. 샤워는 어쩔 수 없었고, 여행 후 피부가 예민해져 돌아와서도 한 동안 고생했던건 사실이다.

완벽하지 않았다. 그래서 더 좋았던 이 곳은 분명 리조트와는 다른 멕시코였다.

길 위의 타코 🌮

타코는 거의 매일 먹었다. 특히 여기저기 길거리 타코를 먹었는데, 하나같이 맛이 너무 좋았다. 미국에서는 상상도 못하는 가격으로 먹어서 더 그랬을려나?

또르띠야 위에 고기, 양파, 고수, 라임.

특별하지 않은 조합인데도, 매번 맛있었다. 조리 과정을 눈으로 보고 바로 받아 먹는다는 안심, 길 위에서 먹는 분위기, 현지의 저렴한 가격.

음식은 결국 그 장소의 공기를 함께 먹는 일이라는 걸 다시 느꼈다.

세노테, 물속의 시간 💧

리비에라 마야에는 수천 개의 세노테가 있다. 석회암 지형이 무너지면서 생긴 천연 담수 싱크홀로 고대 마야인들에게는 물의 공급원이자 신성한 의식이 이루어지던 장소였다.

Gran Cenote

툴룸에서 가깝고, 아이와 함께하기에 가장 좋았다. 무엇보다 볼게 많았다. 물속에는 물고기가 보이고, 동굴에는 박쥐가 살며, 해가 내리쬐는 바위위에는 거북이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어슬렁 어슬렁 주위를 걸어가는 이구아나도 있었다. 동선도 비교적 단순해서 가족 단위로 많이 찾는 이유가 있었다.

Cenota Mariposa + Cenote Chen-ha

이 둘은 같은 곳에 있어서, 한 번에 두개의 다른 세노테를 볼 수 있는 매력이 있다. 비포장 도로를 한참 달려 들어가야해서, 이게 가는 길이 맞나 싶을때 쯤 도착한다. 두 개의 세노테가 분위기가 다르고 물빛도 다르고, 같은 하루 안에서 다른 장면을 얻는 느낌이다. 그래서 더 좋았다.

세노테는 들어가면 소리가 줄어든다. 물은 바다와 다르게 맑고 고요하다.

아이롸 함께라면 구명조끼는 필수다. 바닥이 미끄러울수있고, 돌이 있으니 아쿠아슈즈 추천한다. 물속에 들어가기 전에는 선크림도 못바르고 무조건 샤워해야하니, 챙모자를 챙기는것도 추천.

렌터카 여행, 생각보다 할 만했다

아이와 함께라서 렌터카는 걱정이 있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가장 좋은 선택이었다.

리비에라 마야는 동선이 정해진 여행지라기보다, 연결된 길이다. 세노테를 묶어서 가고, 중간에 멈추고, 길위에 코코넛 스탠드에서 코코넛 워터를 하나씩 사 마시고 다시 움직일 수 있다. 그 자유가 꽤 큰 차이를 만들었다.

물론 도로 상태가 일정하지 않고, 중간중간에 과속방지턱이 계속있어, 집중해서 운전해야 한다. 그래서 속도보다는 여유가 필요하다. “빨리 가는 운전”이 아니라 “여기저기 즐기며 도착하는 운전”으로 리듬을 바꾸면, 렌터가 여행은 충분히 가능하다.

치첸이트사 🏛

치첸이트사는 툴룸에서 차로 대략 2시간 30분정도 걸린다. 아이와 함께라면 “도착해서 걷는 시간”까지 포함해서 하루를 잡는 게 편하다. 햇빛이 강해서, 가능하면 아침 일찍 출발하는 일정이 훨씬 덜 힘들다.

계산된 아름다움

치첸이트사는 유카탄 반도 북부에 위치한 서기 800년에서 1200년 사이 번성했던 마야 도시 유적이다.

스페인 정복 이후 도시는 점차 버려졌고, 19세기 후반 서구 탐험가와 고고학자들이 다시 기록하면서 세계적으로 알려졌다. 1988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으며, 현재는 멕시코를 대표하는 고고학 유적지다.

가장 유명한 건 엘 카스티요(쿠쿨칸 피라미드).

이 피라미드는 단순한 건축물이 아니라 달력과 연결된 구조다. 네 면에 각각 91개의 계단이 있고, 꼭대기 단을 더하면 365. 태양력의 일수와 맞아떨어진다. 춘분과 추분에는 계단 난간에 뱀 모양 그림자가 생기는 현상으로도 유명하다.

돌의 각과 태양빛, 그리고 그 앞에 서 있는 사람들의 크기가 겹치며 압도감이 생긴다. 크게 울리는 박수소리 까지. 아이에게는 이렇게 설명했다.

“옛날 사람들이 하늘을 보고 달력을 만들었어. 이 계단은 그냥 계단이 아니야.”

코바 🏛🌿

코바는 툴룸에서 차로 50분정도.

치첸이트사에 비해 훨씬 가깝다. 그래서 아이와 함께라면 코바가 일정 부담이 덜한 편이다.

정글 속에 남은 도시

코바는 치첸이트사보다 더 이른 시기, 대략 서기 600년경부터 번성한 마야 도시다. 전성기에는 수만 명이 거주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곳의 특징은 ‘사크베’라고 불리는 하얀 석회암 도로망이다. 마야 도시들을 연결하던 길로, 정치·경제적 네트워크의 흔적이다.

코바는 오랫동안 정글에 묻혀 있었고, 19세기 후반에 다시 문헌에 등장한다. 지금도 유적 사이를 걸으면 나무와 돌이 뒤섞여 있다. 치첸이트사가 비교적 정돈된 인상이라면, 코바는 여전히 탐험하는 느낌이 강하다.

같은 문명, 다른 분위기.

코바에서는 계단을 따라 피라미드 꼭대기 까지 올라갔다. 그리고 위에 섰을 때.

끝없는 초록이 펼쳐졌다. 정글이 파도처럼 이어지고, 바람이 그 위를 지나갔다. 건물도, 소음도 없다. 나무의 물결만 있었다.

갈 때는 천천히 걸어갔도, 돌아올 때는 인력거처럼 생긴 자전거택시를 탔다. 자전거가 끄는 좌석이 앞에 달려있고, 우리는 그 앞에 앉아 숲길을 따라 내려오며 시원한 바람을 맞았다.

리조트 밖을 권하는 이유

칸쿤의 올인클로시브 리조트는 편하다. 아이와 함께라면 그 안정감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안다.

하지만 리조트 밖으로 나오면 멕시코는 훨씬 다채롭다.

도로는 울퉁불퉁하고, 시스템은 매끄럽지 않다. 그 대신 색이 선명하다.

코코넛 스탠드에서 웃으며 열심히 코코넛을 잘라주던 아주머니, 타코를 하나 더 얹어주며 이것도 맛봐 보라던 아저씨. 우리는 관광객이였지만, 그들은 정말 따듯했다.

아이는 작은 놀이터에서, 로컬 아이들과 함께 놀았다. 말은 통하지 않았지만, 아이들은 그런걸 신경쓰지 않는다. 마음이 통했기 때문이다.

리조트 안에서는 모든 것이 예측 가능하다.

리조트 밖에서는 모든것이 조금 더 변덕스럽다.

완벽하지 않아서, 더 아름다웠던 여행이였다.

🗺 Riviera Maya Mini Map

우리가 움직인 반경

📍 Cancún Airport

여행의 시작점.

🌊 Puerto Morelos

칸쿤보다 조용한 해안 마을.

🏖 Playa del Carmen

정돈된 리조트와 상점이 모여 있는 도시.

🏨 Tulum Pueblo

우리가 묵은 곳. 리조트가 아닌, 생활의 멕시코.

💧 Gran Cenote (툴룸 근처)

아이와 함께하기 가장 좋았던 세노테.

거북이, 이구아나, 물고기를 스노클링으로 볼 수 있다.

💧 Cenote Mariposa + Chen Ha (같은 구역)

한 번에 두 개의 다른 세노테를 볼 수 있는 매력.

물빛과 분위기가 다르다.

🏛 Cobá (툴룸에서 약 1시간)

정글 속 유적. 피라미드 위에서 끝없는 초록이 펼쳐진다.

근처에 Tamcach-Ha, Choo-Ha, Multum-Ha 같은 세노테들이 모여 있어 묶어서 들르기 좋다.

🏛 Chichén Itzá (툴룸에서 약 2시간 30분)

마야 문명의 대표 유적.

근처에 Ik Kil이 있어 유적과 세노테를 하루에 묶기 좋다.

그리고 Suytun도 옵션으로 많이 언급된다. 우리는 이번엔 못 갔지만, 원형 플랫폼과 빛이 떨어지는 장면으로 유명해 바야돌리드(Valladolid) 근처에서 함께 들르는 코스로 자주 묶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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